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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천문학

중국의 천문학

by 녹스연구소장 2023.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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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중국 천문학에 대해서 논해보겠다. (수·당시대~원·송시대)

 

중세 중국의 천문학은 대략 수(581~618)·당(618~907) 시대와 송·원 시대로 나눌 수 있다. 동일 왕조인 수·당 시대에 중국의 천문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는데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남북조(420~589) 시대 천문학의 계승 및 발전이다. 둘째, 통일 왕조 수립 및 영토 확장으로 천문 관측이 더 편리해졌다. 셋째, 대외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지식 등이 유입되었다.

  수·당이 통일을 실현하고 국내가 안정되자 과거의 천문학 성과는 더욱 발전했다. 나아가 남북조의 역법 이론을 집대성한 새로운 두 가지 역법이 탄생했는데, 바로 수나라 때 유작(544~610)의 '황극력'과 당나라 때 승려 일행(683~727)의 '대연력'이다.

  승려 일행은 수·당 시대의 저명한 천문학자로 속세명은 장수이고 위주 창락현(오늘날의 허베이성 난러현) 사람이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대연력'을 제정한 것이다. 또한 천문 관측과 규표를 이용한 그림자 측정 이론 및 기술의 개량, 지구 자오선의 길이를 최초로 측정한 것 등에서 크게 기여했다.

  '규표'는 태양 그림자를 재는 중국 고대의 관측 기구로 '규'와 '표' 두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표'는 지평면에 수직으로 세워서 태양 그림자를 재는 측량대와 돌기둥이고, '규'는 정남쪽과 정북쪽 방향으로 두어 태양 그림자의 길이를 재는 눈금 달린 판이다. 그는 '표'에 비친 태양 그림자의 길이를 토대로 많은 천문학 수치를 계산했는데 이는 실용 가치가 매우 높았다.

  일행은 세계 최초로 자오선의 길이를 측정했다. '자오선의 길이'란 지구의 경도의 길이를 말한다. 일행은 북쪽으로는 철륵에서 남쪽으로는 임읍까지 총 13지점에 각각 사람을 보내 관측하도록 했다. 그 결과, 북극의 높이가 1도 차이가 났는데 그때 남북 간 거리가 351리 81보였다. 이 수치가 바로 지구 자오선 1도에 해당하는 호의 길이이다. 이 값은 물론 참값과 차이가 크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생각해볼 때,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측정값임에는 틀림없다.

  이 밖에 일행은 기계 제작 분야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그가 양령찬과 함께 만든 '황도유의'는 태양, 달, 별 등 천체를 관측할 때 그 궤도의 좌표와 위치를 직접 계산해 낼 수 있었다. 그는 이 기계를 이용하여 수많은  천문 현상을 발견했다.

  양령찬이 제작한 수운혼천부시의는 당시의 뛰어난 발명품이었다. 이는 물을 이용하여 돌리는 기계로 하루에 한 바퀴씩 자전하며, 기계의 절반은 나무틀 안에 두어 지평선 아래 부분을 나타냈다. 또 나무인형 두 개를 세워 하나는 1각마다 자동으로 북을 치고 또 하나는 1진마다 종을 치도록 설계했다. 이 혼천의는 기계가 정밀하고 나무틀 안에 설치하여 자명종의 원형을 이미 갖추고 있었고, 특히 유럽에서 13세기에 발명된 자명종보다 500여 년이나 앞선다. 

  수·당 시대의 역법은 매우 우수했기 때문에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로 널리 전래되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천문학, 그중에서 역법 제정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중국역사에서 송나라는 20년에 한 번 꼴로 역법을 고쳐 역법을 가장 빈번하게 개정한 시대로 평가받는다. 이 과정에서 역법의 정확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와 동시에 천문 관측의 정확성에 대한 요구치도 높아졌다. 송대에는 항성의 위치를 자주 관측했는데 북송(960~1127) 때에만 약 5회나 체계적인 관측이 이루어졌다. 특히 역법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28수의 거리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했고 이에 따라 정밀도도 높아졌다. 또한 행성과 달의 운동, 일식과 월식, 기타 특이한 천문 현상에 대해서 후대에 풍부한 천문 관측 기록을 남겼다. 가령 1054년에 나타난 황소자리 초신성에 대한 기록은 현대 천문학 연구에 대단히 귀중한 자료이다.

  무엇보다도 송·월 시대에는 그 이전 어느 시대보다 탁월한 천문 관측 기기가 탄생했다. 그중 중국의 '혼의'는 송나라 때 전성기를 이루었다. '혼의'는 천체의 위치와 두 천체 사이 각도를 측정하는 고대 천문 계기로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혼의의 구조는 천체를 관측하는 데 사용하는 조준경과 망통, 규형 이렇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앞뒤에 낸 작은 구멍 2개를 통해 관측하려는 천체를 조준한다. 각종 동그라미에서 조준기의 위치는 어떤 숫자를 이용하여 나타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관측하려는 천체의 좌표이다. 각 동그라미는 적도 좌표, 지평 좌표, 황도 좌표를 나타내며 이처럼 혼의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혼의에는 계기를 지탱하는 지지대가 달려 있는데, 주로 용 여러 마리가 휘감고 있는 모습을 조각하여 중국인의 예술적 특징을 반영했다. 

  곽수경은 적도식 천문 관측 기기의 창시자이다. 서양의 경우 그로부터 300여 년이 지나서, 덴마크의 유명한 천문학자 티코 브라헤가 이와 비슷한 기기를 만들었다. 

  이 밖에도 소송, 한공렴등은 태평혼의를 기반으로 수운의상대를 설계했다. 이는 대형 관측기기로서 소형 관측대의 역할도 하며, 자유롭게 해체하고 조립할 수 있다. 즉, 근대의 천문대에서 적도의실의 꼭대기 원형 부분을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설계한 최초의 기기인 셈이다. 

  관측대 내부에는 혼의와 기계를 회전시키는 장비가 결합되어 있어서 '시계식 회전 장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천관, 천쇄등 일련의 기계는 오늘날 시계의 핵심 부품인 탈진기의 모태가 되었다. 이것 역시 송·원 시대 천문 관측 기기의 위대한 공적이다. 송나라의 천문학자는 '누호'와 '규표'의 측정 정밀도를 높이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으며 이후 중국 천문학은 서양에 크게 뒤처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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