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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천문학

천문학자들 - 코페르니쿠스

by 녹스연구소장 2023.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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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의 동상

중세 유럽인은 아리스토텔레스프톨레마이오스가 주장한 '지구중심설'을 믿었으며,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고 멈춰서 영원히 움직이지 않으며 나머지 천체는 모두 지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런 학설과 기독교 <성경>에 등장하는 천국, 인간세계, 지옥이 일치했으므로 유럽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로마 교황청은 이 지구중심설을 강력히 지지했다. 즉 '지구중심설'과 '하느님의 천지창조'를 하나로 묶어 사람들을 우롱하고 자신들의 통치를 강화했다.

  하지만 정밀한 천문 관측기계가 속속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이 학설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자 프톨레마이오스가 제시한 주원과 주전원의 개수가 무려 80여 개에 달했던 것이다. 이는 지극히 불합리하고 비과학적이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기존의 지구중심설을 대신할 과학적인 천체 체계 이론을 찾기 시작했다.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많은 주장은 사실 당시 사람들에게 이미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완벽한 우주 체계를 담고 있는 그의 이 획기적인 저서는 그가 세상을 떠난 1543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세상에 선을 보일 수 있었다. 그 원인은 아주 간단했다. 기독교의 박해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코페르니쿠스는 이 책에서 완전히 다른 두 목적을 동시에 이루고자 했다. 그는 제1장에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보통 행성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모든 행성은 통일성 있는 하나의 종합적인 체계를 이루며, 그동안 사람들이 관측하면서 의아해했던 많은 사실이 자연스럽고 명쾌하며 예측 가능하게 바뀌었다. 제1장은 우주에 관한 설명으로, 코페르니쿠스는 우리가 우주학이라고 부르는 선택적 증명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제1장의 주요 관심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의 기본 구조를 설명하는 일이었다. 나머지 장은 이와는 전혀 다른 목적을 위해 쓴 것인데, 태양중심 모형을 토대로 계산해낸 몇 가지 행성표를 제시하여 우주학의 '존재의 이유'를 보여주었다. 이들 각 장의 관심사는 수치 그 자체였다. 즉, 태양중심설이 진실인가 아닌가 보다는 추산한 값과 실제 관측 값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제1권에서 코페르니쿠스는 지구를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으로 보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지구 외의 행성을 두 조로 나눠서, 한 조는 지구 궤도 안쪽 궤도를 돌고, 다른 한 조는 지구 궤도 바깥 궤도를 돌도록 설정했다. 프톨레마이오스 이전에도 사람들은 수성과 금성이 이른 아침과 해진 직후에만 보이는 반면, 화성과 목성, 토성은 밤이면 언제나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론에서는 매우 신비롭게 보이는 이 부분이 태양중심설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심지어 예측 가능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구중심설에 따르면 태양이 지구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년인데, 수성과 금성은 태양과 함께 지구를 돌아야 하므로 이들의 공전주기 역시 1년이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이 옳고 지구 위의 관찰자에게 1년 정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만 주어진다면 수성과 금성의 공전주기는 아주 간단히 알아낼 수 있고 이들의 주기가 각각 88일과 7.5개월임이 증명될 것이다. 각 행성의 주기는 서로 다르며, 만약 주기에 따라 행성을 배열하면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이 될 것이다. 또 지구의 주기도 관측할 수 있고 심지어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 역시 계산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지구에서 태양까지 거리가 공식적으로 결정되면 이를 각 행성의 기하학 모형에 적용할 수 있으므로 각 행성에서 태양까지 상대거리를 구하는 일은 아주 간단해진다. 이를 토대로 코페르니쿠스는 두 번째 행성 배열 기준을 제시했다. 그것은 태양중심 체계에 따라 각 행성에서 태양까지 거리를 기준으로 배열하는 방식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체계 이론은 분량이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제1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부분은 보기만 해도 경외감이 생기는 수학적 증명으로, 태양중심 이론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즉, 태양중심설은 별도의 수리천문학 지식이 필요 없으며 행성표만 계산하면 적어도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메게스트> 만큼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프톨레마이오스는 천여 년 지나 결국 코페르니쿠스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1543년 코페르니쿠스는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를 출판했다. 이는 기원전 4세기에 플라톤이 행성의 운행을 관측하고 이를 기하하적 모형을 이용하여 설명하려고 시도한 이후 촉발된 천문학자들의 논쟁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들이 벌인 논쟁의 목적은 행성이 고정된 항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규칙을 밝히는 것이었으며, 그렇게 하면 일정 시간이 흐른 뒤 행성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여겼다. 그들의 주 관심사는 행성의 운동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아니라, 행성이 운동하는 방식이었다. 

  그들이 제시한 천체 운행에 관한 기하학 모형의 핵심은 등속 원운동이다. 즉, 행성의 운동은 하나의 원운동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원의 개수는 계속 늘려갈 수 있으므로 천체 현상을 정확히 관측하지 않더라도 여러 변수의 값을 상황에 일치하도록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코페르니쿠스가 1543년 세상을 떠난 16세기에 변하기 시작했다. 코페르니쿠스는 방법이나 기술은 전통을 따랐지만 그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척박한 천문학의 땅 위에 '혁명의 씨앗'을 뿌렸다. 안정적인 지구가 왜 회전하는가? 또 지구가 빠르게 공간을 이동할 때 그 위에 타고 있는 '승객'들은 왜 지구 위에서 발생하는 모든 현상을 느끼지 못하는가?

  사실 '지구가 어떻게 공 모양이 되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의 대답은 간단했다. 즉, 그는 "우주 중심에서 자신의 자연스러운 위치에서 벗어난 모든 토질물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중심을 향해 운동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공 모양에 가깝게 응집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의 물질이 함께 모여 행성인 주구를 만든 것은 마치 금성의 물질이 함께 모여 금성을 형성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지구의 일주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자연스러운 구 모양이며, 자연스러운 구 모양은 자연스럽게 회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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